독감 백신, 접종 중단의 이유
독감 백신, 접종 중단의 이유
정부가 9월 22일부터 시행하려던 12~18세 어린이 및 청소년, 임산부에 대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정부가 계획한 이번 독감 백신 접종 계획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었는데요, 과연 무슨 이유로 국가백신 접종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번 이슈의 전말에 대해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란?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다르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입니다. 독감에 걸리면 급속도로 열이 오르면서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데, 세계적으로 매년 수 만명이 죽는 전염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매년(대체로 9월~12월)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오면 독감 백신 무료접종 정책을 시행합니다. 직접 병원에 가서 돈을 주고 접종하는 방법도 있구요. 이번년도에는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방역에 대한 정책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정부에서는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유행을 미리 예방하고자 백신 무료접종 사업대상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1) 생후 6개월 영유아
(2) 만 18세 이하 청소년
(3) 62세 이상 고령층
(4) 임산부
등 약 1900만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되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이 대상자들이 다음 일정대로 접종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9월 8일 | 생후 6개월 ~ 만 9세 미만 (2회접종대상) |
9월 22일 | 생후 6개월 ~ 만 18세 미만 (1회접종대상), 임신부 |
10월 13일 | 만 75세 이상 |
10월 20일 | 만 70세 ~ 74세 |
10월 27일 | 만 62세 ~ 69세 |
그러나 백신 접종 진행 도중, 2번째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되어 백신 접종을 중단하였고, 나머지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왜 접종을 중단하였나?
질병청은 '백신 유통과정의 문제' 가 생겨 무료 접종 일정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달하는 계약업체가 백신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냉장 온도 유지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입니다. 이번 조달 계약업체는 '신성약품' 이었는데, 계약에 따라 1,259만 도즈(1회 접종분 단위)를 각 기관에 공급해야 되는데, 그 전날까지 공급되었던 500만 도즈 중 일부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질병청은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 사태의 원인은 냉장차가 백신을 지역별로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유력합니다. 독감 백신은 적정 냉장온도(2도~8도) 를 유지하지 못하고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지면서 효능이 떨어집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안전성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에 질병청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시험항목에 대해서도 테스트를 거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예방접종 일정에 대해서는 대략 2주간의 품질검증이 모두 완료된 후에 순차적으로 다시 재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비정상적인 입찰 구조라고 말합니다. 현재 국가 백신 입찰은 유통회사가 정부 입찰을 따내고 나서 제약사와 협의해 계약 물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입찰 가격입니다. A형 인플루엔자 2종과 B형 인플루엔자 2종 등 4개 유형의 독감을 한꺼번에 에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의 입찰가격은 도스당 8620원인데요. 하지만 4가 백신 원가는 1만원이 넘어간다. 쉽게 말해 정부가 백신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들은 마케팅이나 홍보만을 바라보고 손해를 떠안고 입찰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올해 초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혼란을 대비하기 위한답시고 정부에서 백신 무료 대상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백신 공급단가는 그대로였고, 터무니없이 낮은 백신 낙찰가 때문에 백신 접종 시작을 코앞에 두고 업체가 결정되면서 백신 공급 일정은 상당히 빠듯해지게 됩니다. 특히 이번 유통 문제가 된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백신 공급 입찰에 참여했는데, 시간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많은 공급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관리 감독 부실, 그리고 배송 문제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된 사고' 라 주장하는 만큼, 그동안 충분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악순환이 되어 유례없는 상황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끝날듯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문제가 생겨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후 재개될 백신 접종은 문제없이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올해 무사히 넘길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