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쓰의 영화 리뷰/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어카운턴트>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우리에게 (스포有)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 2016

 

 

본인은 영화를 마음껏 예상하고 분석하면서 보는 걸 좋아한다.

게다가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근거없는 자부심이 있는 터라,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극하는 영화는 언제나 본인을 흥분시킨다.

그리고 '어카운턴트' 는 최근들어 가장 이에 부합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배짱

 

'어카운턴트' 는 진부한 액션영화인 척 시작한다.

액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 예상하리라 생각한다.

뭐 시크한 킬러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악당들에게 총질을 해대는, 그러다 휘말린 조그만한 여주인공 구해주고.

그런 아무개 영화나 상상하면 되겠다.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권총액션이 압권이다
물론 회계일도 한다.

 

 이 영화는 설정이 참 단순하다.

여느 액션영화처럼 이렇다 할 개연성도 없고 친절한 설명도 없다.

형제의 가족사부터, 어떻게 지금의 킬러로 성장했고 등등 '왜?' 와 '어떻게?' 에 관한 질문은 대부분 거절한다.

 

 

"왜요?" "주인공이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더 깔끔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모든 것을 무서우리만큼 정돈하는 주인공 크리스찬(벤 에플렉) 처럼,

영화는 흩어놓은 스토리를 정확하게 정리해낸다. 

 

 

주인공의 사회성과 강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이 영화는 관객을 소위 '일반인'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친절하게도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에 관한 정답을 

주인공의 부모님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준다.

 

 

 

 

"아드님은 특별합니다.

심지어 우리 생각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겠죠.

아니면 우리가 아직 들을 줄 모르거나."

 

 하지만 관객은 깨닫지 못한다. 

'일반적인' 우리가 보기에 주인공은 여전히

모자라보이고, 강박적이고, 총 잘쏘고 계산 잘하는, 어딘가 이상한 회계사일 뿐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후반부에서 아직도 '일반인'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또 한번 친절하게 

특별한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일러준다.

 

 

항상 두손을 부는 습관이 있다

 

 사실 부끄럽게도 마지막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 한 명이 상담실에서 벗어나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 어느 방에 들어갔을 때 저스틴이 보여준 행동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 행동을 불편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잠시 뒤 그녀 자신이 특별한 사람임을 보여줬을 때, 나는 아직도 틀에 박힌 생각 속에 머물고 있음을 느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사 한마디 놓치지 않았다고 자신했지만, 사실 그 속의 메시지는 모두 놓치고 있었다.

 

 

퍼즐은 꼭 그림 있는 부분으로만 맞춰야 할까?

 


 

 

 

 

'팀' 에는 크리스천, 저스틴 모두를 의미한다

 

 

"여러분,

이번 성과는 팀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서

함께 장기간 끈질기게 파고든 노력의 산물입니다."

 

 

영화는 화합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곳곳에 던진다.

특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인가?' '도덕적, 법적으로 옳지 않은가?' 처럼

우리 같은 '일반인'이 늘 생각하는 주제에 관해선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화 속에서 혹은 영화 밖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가 막힌 햄버거 세트를 먹은 기분이다.

먹기 전엔 그냥 패스트푸트 액션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먹고 나니 느낄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이 가져다 주었다. 심지어 맛도 좋았다.

 

이런 수작이 싸구려 액션 영화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 마저

고작 우리의 감각만으로 무언가를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