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영화를 마음껏 예상하고 분석하면서 보는 걸 좋아한다.
게다가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근거없는 자부심이 있는 터라,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극하는 영화는 언제나 본인을 흥분시킨다.
그리고 '어카운턴트' 는 최근들어 가장 이에 부합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카운턴트' 는 진부한 액션영화인 척 시작한다.
액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 예상하리라 생각한다.
뭐 시크한 킬러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악당들에게 총질을 해대는, 그러다 휘말린 조그만한 여주인공 구해주고.
그런 아무개 영화나 상상하면 되겠다.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이 영화는 설정이 참 단순하다.
여느 액션영화처럼 이렇다 할 개연성도 없고 친절한 설명도 없다.
형제의 가족사부터, 어떻게 지금의 킬러로 성장했고 등등 '왜?' 와 '어떻게?' 에 관한 질문은 대부분 거절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깔끔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모든 것을 무서우리만큼 정돈하는 주인공 크리스찬(벤 에플렉) 처럼,
영화는 흩어놓은 스토리를 정확하게 정리해낸다.
이 영화는 관객을 소위 '일반인'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친절하게도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에 관한 정답을
주인공의 부모님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준다.
"아드님은 특별합니다.
심지어 우리 생각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겠죠.
아니면 우리가 아직 들을 줄 모르거나."
하지만 관객은 깨닫지 못한다.
'일반적인' 우리가 보기에 주인공은 여전히
모자라보이고, 강박적이고, 총 잘쏘고 계산 잘하는, 어딘가 이상한 회계사일 뿐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후반부에서 아직도 '일반인'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또 한번 친절하게
특별한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일러준다.
사실 부끄럽게도 마지막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 한 명이 상담실에서 벗어나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 어느 방에 들어갔을 때 저스틴이 보여준 행동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 행동을 불편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잠시 뒤 그녀 자신이 특별한 사람임을 보여줬을 때, 나는 아직도 틀에 박힌 생각 속에 머물고 있음을 느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사 한마디 놓치지 않았다고 자신했지만, 사실 그 속의 메시지는 모두 놓치고 있었다.
"여러분,
이번 성과는 팀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서
함께 장기간 끈질기게 파고든 노력의 산물입니다."
영화는 화합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곳곳에 던진다.
특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인가?' '도덕적, 법적으로 옳지 않은가?' 처럼
우리 같은 '일반인'이 늘 생각하는 주제에 관해선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화 속에서 혹은 영화 밖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가 막힌 햄버거 세트를 먹은 기분이다.
먹기 전엔 그냥 패스트푸트 액션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먹고 나니 느낄 거리도, 생각할 거리도 많이 가져다 주었다. 심지어 맛도 좋았다.
이런 수작이 싸구려 액션 영화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 마저
고작 우리의 감각만으로 무언가를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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