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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쓰의 영화 리뷰/되도록 안봤으면 좋겠는 영화

<에놀라 홈즈> 망치는 홈즈 따로있고 치우는 에놀라 따로있다! (스포有)

 

에놀라 홈즈(Enola Holmes), 2020

 

제목부터 아차 싶다.

내가 추리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의 무시무시한 위용과 팬덤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 위대하신 홈즈의 존함을, 영화제목에 자신있게 가져다 붙였다.

그 존경스러운 당당함이 기대가 되었고, 두근거리며 영화를 시작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추리물과는 거리가 먼 영화다.

어색하게나마 단서를 짜맞추려는 노력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몇 가지 낱말퍼즐로 스토리를 가져갈 뿐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홈즈라는 이름에 이끌려 온 전세계의 추리 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여기저기 뒤적뒤적 하다가 결국엔 기승전 낱말 퍼즐

 

하지만 에놀라 홈즈라는 작품을 홈즈식 추리영화가 아닌,

하나의 킬링타임 하이틴 영화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훨씬 영화를 즐기기가 나아질 것이다.

배경재현을 포함해서 수려한 영상미는 훌륭한 축에 속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과 그들의 궁합도 너끈히 한 몫 해낸다.

 

꽤나 잘 뽑아낸 영상미 
투닥투닥 케미가 흐뭇하다

 

이 상큼발랄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맥이 끊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산뜻함의 중심에는 이제는 훌쩍 커버린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밀리 바비 브라운이 있었다.

놀랍도록 잘 성장한 그녀의 재기발랄한 표정연기와 톡톡 튀는 영국식 억양은 그저 하이틴 영화로써도 애매한, 추리수사물로써는 더더욱 애매한 이 영화를 살리기 위해 힘껏 심폐소생술을 해낸다.

 

영화 내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영화 셜롬 홈즈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무술. 이번엔 주짓수다.

 
제목만 보고 영화를 마음대로 기대했다가, 망작이라 몰아가는건 따지고보면 관객 탓이다.
그러나 명성을 가진 작품에 스리슬쩍 편승하는건 영화 탓이다.
더군다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홈즈 말고, 오히려 다른 소스를 이용했으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충분한 제작능력과 찰떡같은 배우들이 함께했지만, 또 나름대로 색깔과 재미를 가진 영화였지만
홈즈라는 이름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멋진 레스토랑인 줄 알고 들어갔으나
맛있는 분식집이었음을 깨달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