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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쓰의 영화 리뷰/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늑대아이> 모든 부모는 초보다. 아이가 누군지엔 관계없이

늑대아이(Wolf Children), 2012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후유증이 돌았다.

또한 감상을 남기는 것도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를 내가 평가할 수도 없었으며, 하고싶지도 않았다.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 엉망인 감상 때문에 이 영화를 보려던 사람들이

또 이 영화를 보고 나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낀 분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이 정리될 때까지 한동안은 이 영화를 한구석에 숨겨놓은 참이다.

 

 

 

예전엔 엄마가 미웠다.

그때는 엄마가 유난히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다.

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걱정만 하는 엄마가 자꾸 날 붙잡기만 하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고 별 다를건 없다.

여전히 엄마는 나를 걱정하고, 나는 엄마의 걱정이 짐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평생을 나만 보고 살게 하기 싫어서

자꾸 그런 엄마에게 못되게 군다.

그런 내가 싫으면서도 뒤돌아서면 엄마에게 차갑게 대하고 있다.

 

 

 

 

그렇게 미워하는 엄마인데도, 영화는 내내 엄마를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도 대학 시절, 아빠라는 사람을 만나서

누나를 낳고, 나를 낳고. 

평범했던 대학생 소녀가 엄마가 되어갔던 치열한 과정을 

소박하게 보여준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무엇하나 할 줄 모르면서 우리를 키웠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부모는 초보라고 했던가.

늑대든, 사람이든 관계없이

엄마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늑대에겐 다 자란 10살이지만 엄마에겐 어린아이같다

 

 

그랬던 엄마는, 티내지 않는다.

내가 너희를 위해 이만큼 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다 큰 우리에게 아직도 해준게 없다고 말한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해서인지

고마워선지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는 감정 때문에 울었다.

 

 

 

생각해보면 내내 우는건 나였다.

장면마다 항상 힘든 일만 겹치는 주인공이

몇 번이나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지만, 결국은 웃고 만다.

어떻게든 버텨내는 그 단단함이

나는 슬프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휩쓸려, 재미에 취해 영상을 보다 보니 놓치는 것이 너무 많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편견이라는 나만의 기준에 빠져있던게 아니었을까.

정신없이 휩쓸려 지나가다 보니, 내가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가 다시 생각나는 듯 했다.

좋은 영화에 대한 편견을 흔들어준 영화.내가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 영화.

 

 

엄마도 우리를 만나서 행복했을까?